일상

Farewell BOJ…

sodiumd 2026. 4. 16. 01:34
브금

 

오늘(2025.04.15) 점심쯤 갑자기 백준의 서비스 종료 공지가 올라왔다. 

언젠가 끝날 줄도 사실 몰랐다. 게임이라고는 리듬게임 하나 밖에 안 하는 나에게, 유튜브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제1의 취미인 알고리즘 문제 풀기가 이렇게 막을 강제로 내려버렸다. 

16년이나 된 국내 최대의 사이트이며, 이젠 교수님들도 알고리즘 강의 할 때 여기의 문제들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해 주시는 정도이다.

 

그동안의 나의 이야기

2024년 2월 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원서를 넣은 뒤 상심에 빠져 살다가 그 상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무렵에 처음 시작해서 어느덧 2년 하고도 2개월쯤이 지나간다. 24년도에는 1시간 반 통학인데 아침 9시, 1교시에 의해 맨날 수업 내내 졸고만 있다가 혼자 도서관 가서 문제를 보면서 공강시간을 녹였고, 그 덕분에 전자과에서 동기들과 하나도 친해지지 못 한채 친구 없이 학교생활을 했다. 

24년이 끝나갈 무렵, 이렇게 혼자 코딩하는 게 좋아 전과를 망설이다가 결국 소프트웨어학부에 지원하고 일명 컴공으로 과를 옮기게 되었다. 24년 2학기부터 미리 소프트웨어학부에 ps동아리에 먼저 가입해 있었고, 그쪽에서 사람들을 미리 알게 되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25년도에는 25학번 신입생과 23학번 선배와 함께 공강시간에 과방에 앉아서 서로 노트북을 켜고 백준 문제를 추천해 주며 학과생활을 했었다. 

이 2년 동안 점점 관심이 커져서 2번의 icpc와 1번의 ucpc 그리고 각종 사설학교 대회도 나가면서 다른 학교사람들도 간간히 보면서 친목을 다졌었다. 백준에 티어시스템인 솔브드는 별 거 아닌 거 같았지만, 계속해서 할 동기를 주었었다.

 

24년 11월 21일 골드1

언젠가 플레를 달아야지 하면서 시작했던 24년에서부터 어느새 다이아를 찍은 올해 1월까지...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몇 시간을 고민하기도, 안 풀려서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도, 수업시간에 노트북 켜놓고 교수님 수업 안 듣고 백준을 풀던 시간도, 남이 풀기 힘들어 하던 걸 몇 분만에 풀어버리고 비틱 했던 경험도, 부산 가던 ktx에서 아이패드로 문제 풀던 시간도 이젠 다 추억이다...

 

어쩌다 보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재미있게 학교를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군대에서 단초를 서게 되면, 플레급 되는 문제 하나 읽고 와서 5시간 동안 앉아서 문제풀이 생각하고 와서 코딩을 조지려고 했다. 했는데... 단초를 서는 짬에 오르기도 전에 먼저 섭종을 하게 되다니...


 

처음이자 마지막인 대회 검수

2026 KPSC Spring Algorithm Challenge. 

비하인드로 풀자면, 이 대회는 사실, 작년 겨울에 열릴 대회였다. 2025년 2학기에 우리 동아리의 활동은 아얘 없다시피 했고, 항상 학기에 한 번 하는 알고리즘 대회를 그 학기에 계획이 없다고 회장이 논의도 없이 말했다. 나는 장난식으로 chan120714와 saywoo에게 우리끼리 대회를 추진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대회 문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길어져 기말고사기간이 오고 학기가 끝나버려 흐지부지 돼버렸다. 그럼에도 chan120714는 이 대회를 추진했고, 결국 회장에 승인을 따내어 이 장난식으로 시작한 대회가 26년 봄 학교 공식대회가 되었다. 나도 이 대회에 처음으로 문제를 출제해 보고 운영해 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으나, 26년 1월 나는 공군 입대가 예정되어 사실상 기여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제 선정과정에서 나는 출제경험이 전무하며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기에 내 문제는 다 잘렸으며, 어떻게든 kangsm02는 내 아이디어를 살리겠다고 하고는 내 문제를 나도 이해 못 하는 다이아급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문제는 이 대회의 마지막 문제로 나왔으며, 나조차 풀이를 이해 못 하여 그냥 kangsm02에게 맘대로 수정하라고 출제권을 넘겼다. 

선정 이후에 검수과정은 2~3월에 진행되었으며, 이 역시도 나는 기여하는 것이 힘들었다. 기훈단에서 행정학교에 있던 시기였고, 당시 출제조건으로 1000문제 풀기에 비해 나는 700문 제 만 푼 상태라 300문제가 부족했다.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이상 내 이름을 제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행정학교에서 폰코딩으로 2일 만에 약 250문제를 풀어 출제자격을 채웠다. 

하지만, 패드도 없고 한정된 핸드폰 사용시간으로는 검수를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첫 대회라 검수법도 모르는데 가르쳐줄 사람도 주변에 없는 상황이었다.) 겨우 가장 쉬운 한 문제 검수밖에 못 했다. 

3/26~3/31에 신병 가족초청행사에 연가를 붙여서 나가는 휴가를 갔다 왔다. 내심 가족초청행사가 한 주 뒤여서 4/4 당일날 현장에서 운영진으로 참가하고 싶었지만, 신병 입장에서 휴가를 그렇게 끊어서 나갈 순 없었기에 현장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편, 휴가기간에 학교 선후배를 만나서 그날 검수를 한 문제 해달라 해서 그 문제까지 해서 총 2문제에 이름 정도만 올릴 수 있었다.

 

 

다음 대회 때는 검수를 열심히 하리라, 직접 현장에 나가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다. 이 대회가 섭종직전 마지막대회였고, 나는 16년의 백준기간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대회의 검수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버릴 줄은...


 

그렇다면 왜 섭종일까...

대략 작년쯤부터, 백준에 봇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냥 남의 답을 구글 어딘가에서 올려놓은 걸 찾아와서는 긁어서 자기가 만든 ai를 학습하는데 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작년에 캡챠가 추가되기도 하였지만, 봇이 줄어들지 않았고, 기어코 몇 시간 동안 채점큐가 밀려버리는 일이 빈번해졌다. 또한, 최백준 님도 운영을 하시면서 많이 의욕이 떨어진 것 같았고, 무료에 저작권 이슈로 유료화를 할 수 없어 광고로만 서버비를 충당하기 힘들어지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이용인 봇 사용, ai를 이용한 제출들이 많아져 서버가 터지는 일이 한 달에도 여러 번 일어나니 정이 떨어진 것 같긴 하다. 16년이나 이어온 젤 큰 사이트이자, 내 2년의 추억이 이렇게 사라진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소식을 듣고 오늘 하루 종일 거의 그 생각에만 잠겨 뭘 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뭘 하지...?

보통 각 대학교에는 ps동아리가 하나씩 있다. 보통 백준을 풀면서 서로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고, icpc, ucpc 등의 대회도 나가며 백준 문제출제하고 대회운영을 하는 동아리이다. 근데 오늘 아마 한 순간에 모든 동아리가 전체가 다 비상이 걸렸을 거다. 당장 우리 학교만 해도, 작년에 죽어가던 동아리 분위기 25학번 후배들이 되살렸는데, 어캐될 지 진짜 모르겠다. 당장 학교대회들도 다른 oj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 ucpc대회도 백준 서버를 빌리는 거로 아는데 7월까지 oj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오늘 하루동안의 ps갤러리, 솔브드 디스코드를 본 결과, 다들 이제 어떤 사이트로 넘어갈지 고민하는 거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젠 슬슬 그만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맨날 이제 ps 말고 전공공부해야지 해야지만 하다가, 또 똑같이 백준을 켜고 저기까진 티어올리고 싶다. 이걸 2년 동안 반복 해왔다. 그만큼 재미있었고,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사실 없었으면 군대에서도 결국 백준만 하다가 전역하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한다면, 코드포스 정도 있겠다. ps말고 cp로 넘어갈 시기가 오긴 했다. 코포도 몇 판 해봤는데,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게 진짜 가슴 쫄깃쫄깃하다. 하지만, 대회가 새벽시간이라 군대에서 하긴 힘들다. 아마 전역하고도 하려는 마음이 남았다면 이걸 하지 않을까? 

그거 아니면, 이제 icpc, ucpc같은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정올 사이트에서 기출을 본다거나. 딱 2개 정도가 있겠다. 굳이 다른 사이트를 넘어가서 또 이걸 하고 싶진 않다. 2년간의 시간이 참 즐거웠고 icpc 같은 공식대회는 앞으로도 쭉 나가지 않을까 싶다. 

즐거웠다 farewell